어릴 때 공룡 책을 보면 늘 뼈, 이빨, 발자국 얘기가 중심이었다. 그런데 나중에야 알게 된 사실 하나가 있다. 공룡 연구에서 생각보다 중요한 단서가 되는 게 바로 “공룡 배설물 화석 식단” 연구라는 점이다. 말 그대로 공룡이 싸고 간 흔적, 즉 배설물이 돌처럼 굳어 남은 화석(코프로라이트)이 그들의 밥상을 꽤 솔직하게 보여준다.

처음엔 “이걸 진지하게 연구한다고?” 싶었는데, 조금만 들여다보면 그럴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뼈와 이빨은 “먹는 도구”까지만 알려 주지만, 공룡 배설물 화석 식단 연구는 “실제로 무엇을 먹었는지”를 직접 보여주니까. 이번 글에서는 이 배설물 화석이 어떤 식단의 비밀을 들려주는지, 그리고 그걸 통해 공룡을 바라보는 시선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공룡 배설물 화석, 왜 이렇게까지 중요할까

먼저 용어부터 정리해 보자.
공룡 배설물 화석은 흔히 코프로라이트(coprolite)라고 부른다. 그냥 “돌덩이”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내부를 잘라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소화되지 않고 남은 뼈 조각, 식물 섬유, 조개껍데기, 심지어 기생충 흔적까지 등장한다.

공룡 식단 분석에서 가장 큰 장점은 “말 그대로 직관적이다”라는 점이다. 이빨만 보고는 “아마 육식일 것이다”, “아마 초식일 것이다” 수준의 추정에 그치지만, 배설물 안에 들어 있는 건 추정이 아니라 결과물이다. 물론 어느 종의 배설물인지 100%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같은 지층에서 나온 뼈 화석과 크기, 성분을 비교하면 후보군을 좁히는 건 가능하다.


육식 공룡의 배설물: 뼈째 씹어 먹은 흔적들

대표적인 사례부터 떠올려 보자.
육식 공룡 배설물 화석을 잘라 보면, 깨진 뼈 조각이 수두룩하게 박혀 있는 경우가 많다. 이건 단순히 “뼈도 같이 삼켰다” 수준의 정보가 아니다. 뼈가 얼마나 잘게 부서져 있는지, 표면이 얼마나 소화액에 녹아 있는지를 보면 그 공룡의 무는 힘과 소화 방식에 대한 힌트가 나온다.

이를테면, 뼈가 크게 부서져 있지만 구조가 비교적 온전히 보이면 “강하게 물어뜯었지만 완전히 가루로 만들지는 않았다”는 쪽에 가까울 것이고, 아주 작은 조각들로만 남아 있다면 턱 힘이 상당히 강했거나, 소화기관에서 오래 머물며 많이 녹았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이 “티라노사우루스는 뼈까지 씹어 먹었을까?” 같은 질문의 현실적인 답을 주는 단서라고 느껴진다.

“실제로 고생물학계에서 가장 유명한 사례는 캐나다에서 발견된 길이 44cm, 부피 2리터에 달하는 거대한 배설물 화석입니다. 티라노사우루스의 것으로 추정되는 이 화석(일명 ‘Barnum’)을 분석한 결과, 내용물의 30~50%가 잘게 부서진 초식 공룡의 뼈 조각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이는 티라노사우루스가 엄청난 턱 힘으로 먹이를 뼈째 으스러 뜨려 삼키는 ‘골식(osteophagy)’ 을 했다는 움직일 수 없는 증거가 되었습니다.”


초식 공룡의 배설물: 씹지 않고 삼킨 식물의 기록

초식 공룡 배설물 화석 식단 쪽도 흥미롭다.
용각류나 오리주둥이류 등 초식 공룡의 배설물에서는 잘게 부서진 나무 조각, 잎맥이 남은 잎, 씨앗 껍질 같은 게 발견되곤 한다. 재밌는 점은, 생각보다 “잘게 씹힌 흔적이 적다”는 연구 결과가 종종 나온다는 것이다.

이 말은 곧, 초식 공룡들이 우리처럼 오래 씹어서 삼킨 게 아니라, 큰 덩어리로 뜯어 삼키고, 나중에 위와 장 속에서 천천히 발효·분해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위 속에 돌(위석)을 넣어 다니며 안에서 갈아버리는 방식도 여기에 잘 어울린다.

이걸 보면 “공룡은 하루에 얼마나 먹었을까?”라는 질문도 조금 더 실감 난다. 씹어서 효율을 높이는 대신, 양으로 밀어붙이는 전략이었을 테니까. 같은 양을 먹어도 덜 씹으면 소화 효율이 떨어지니, 초식 공룡 배설물 화석 식단은 자연스럽게 “끊임없이 먹고 또 먹던 하루”를 떠올리게 만든다.


잡식·특수 식성을 알려주는 의외의 단서들

배설물 화석이 재밌는 건, “예상 밖 성분”이 나왔을 때다.
예를 들어, 특정 초식 공룡 계열에서 생각보다 많은 곤충 껍질이나 작은 동물의 뼈 조각이 나온다면, strict 초식이 아니라 잡식에 가까웠을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다. 물론 아주 우연히 섞였을 수도 있지만, 여러 표본에서 반복적으로 비슷한 패턴이 나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반대로 육식 공룡 배설물에서 식물 조각이 많이 나온다면, 사냥만 한 건 아니라는 뜻이 될 수 있다. 공복을 채우기 위해 과일이나 식물도 어느 정도 섭취했을지도 모른다. 이런 부분은 아직 연구가 더 필요하지만, 공룡 식단 분석이 생각보다 다양하고 유연했을 수 있다는 상상을 가능하게 한다. 개인적으로는 “고기만 먹는 완전 육식” 또는 “풀만 먹는 완전 초식”이라는 이분법이 공룡 세계에도 그대로 적용되지는 않았을 거라고 보는 편이다.


배설물로 보는 ‘공룡 vs 환경’ 관계

공룡 배설물 화석 식단 연구는 공룡만 보지 않는다.
어떤 식물이 얼마나 자라고 있었는지, 나무보다는 풀이나 양치식물이 더 많았는지, 물고기·갑각류 같은 수생 생물이 어느 정도 비중을 차지했는지도 함께 알려준다.

예를 들어, 특정 지역의 코프로라이트에서 나무껍질·잎·씨앗뿐 아니라 민물 생물 잔해가 함께 나오면, 그 공룡이 강가나 습지대에서 다양한 먹이를 섭취했을 가능성이 커진다. 이렇게 쌓인 데이터들이 모여서 “이 지역은 당시 어떤 환경이었고, 어떤 공룡이 어떤 먹이 자원을 나눠 먹으며 살았는가”라는 큰 그림을 그리는 데 도움을 준다.

한마디로, 배설물은 개별 공룡의 식단을 넘어 “공룡과 환경의 관계도”를 그리는 색연필 같은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더럽다’에서 ‘귀하다’로: 보는 눈이 바뀌면 가치도 바뀐다

솔직히 말해서, “공룡 똥 화석 연구한다”는 말을 처음 들으면 웃음부터 나올 수 있다. 나도 그랬다. 하지만 한 번 관점을 바꿔 보면, 이만큼 솔직하고 날 것 그대로의 자료도 없다.

뼈는 “어떤 몸을 가졌는지”를 알려주고, 발자국은 “어떻게 움직였는지”를 보여 준다. 그에 비해 공룡 배설물 화석 식단 연구는 “무얼 먹고 살았는지, 그 환경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보여주는, 생활사 중심의 자료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디테일이 공룡을 더 “살아 있는 존재”로 만들어 준다고 느낀다. 거대한 해골이 아니라, 숲에서 하루 종일 먹이를 찾아 다니고, 소화시키고, 결과물을 남기던 진짜 생물로 다가오는 순간이랄까.


정리: 공룡의 밥상은 배설물 화석이 더 잘 기억하고 있다

정리해 보자면, 공룡 배설물 화석 식단 연구는

  • 육식 공룡이 실제로 어느 정도 뼈를 함께 섭취했는지
  • 초식 공룡이 얼마나 거칠게, 얼마나 많이 먹었는지
  • 예상과 다른 잡식·특수 식성이 있었는지
  • 당시 환경에 어떤 식물·동물이 풍부했는지

같은 질문에 꽤 직접적인 답을 제공해 준다.

다음에 공룡 관련 전시나 자료를 볼 때, 화려한 해골 옆에 작게 놓인 배설물 화석이 있다면 그냥 지나치지 말고 한 번 더 들여다보길 추천하고 싶다. 그 작은 돌덩이 안에, 공룡이 실제로 무엇을 먹고 살았는지, 그리고 그 시대의 생태계가 어떻게 돌아갔는지에 대한 힌트가 아주 진하게 농축되어 있을지 모른다.

공룡 배설물 화석 식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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