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공룡 그림을 보면 늘 푸른 정글, 거대한 고사리, 안개 낀 늪이 배경으로 깔려 있다. 마치 전 지구가 열대 정글 같다는 느낌이다. 그래서 한 번쯤 “정말 그때 지구는 지금보다 훨씬 더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번 글에서는 그 질문, 공룡 시대 지구 기후를 중심으로 공룡이 살던 환경과 지금 우리의 기후가 어떻게 다른지 정리해 보려고 한다. 완벽한 수치는 알 수 없지만, 큰 그림만 갖고 봐도 꽤 흥미로운 차이가 보인다.
공룡 시대 지구 기후, 전체적으로는 ‘더 따뜻한 지구’
가장 자주 나오는 설명부터 짚고 가자.
중생대(트라이아스기–쥐라기–백악기) 전체를 통틀어 보면, 공룡 시대 지구 기후는 전반적으로 지금보다 따뜻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도 지금보다 훨씬 높았던 시기가 많았고, 극지방까지 비교적 온화한 기후가 퍼져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 말은 곧, 지금처럼 극지에 두꺼운 빙하가 내려와 있는 “빙하기 모드의 지구”가 아니라, 전 지구적으로 온실 상태에 가까운 “따뜻한 지구”였다는 뜻이다. 물론 시기별로 변동이 있었고, 중생대 내에서도 상대적으로 더웠던 때와 조금 식었던 때가 반복되었지만, 평균적으로 보면 지금보다 높은 온도 쪽에 가깝다고 보는 편이 일반적이다.
극지방에도 공룡이 살았다? 계절은 있었지만, 얼음은 적었다
재미있는 지점은 극지방이다.
북극·남극 근처 지층에서 공룡 화석이 발견된다는 사실은, 공룡 시대 지구 기후가 지금만큼 혹독한 빙하기는 아니었다는 걸 보여준다. 당시 극지에도 분명히 겨울과 여름이 있었고, 밤이 길어지는 계절도 있었지만, 땅 전체가 두꺼운 얼음으로 덮인 상태는 아니었을 가능성이 크다.
이 말은 공룡들이 생각보다 넓은 위도 범위에서 살아갈 수 있었다는 뜻이다. 지금이라면 “너무 추워서 도마뱀이나 악어는 못 살겠다”고 할 지역에서도, 당시에는 온화한 숲과 강이 있었을지 모른다. 나는 이 부분이 항상 인상적이다. 우리가 사는 이 땅 위, 한참 북쪽과 남쪽까지도 한때는 공룡이 돌아다녔을 수 있다는 상상 자체가, 평면 지도에 시간이라는 축을 하나 더 붙여주는 느낌이라서다.
공룡이 살던 환경: 뜨거운 사막만이 아니라, 다양한 기후의 모자이크
공룡 시대라고 해서 전 지구가 항상 덥고 습한 정글이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꽤 다양한 기후가 섞여 있었다고 보는 게 더 현실적이다.
- 어떤 지역은 사막처럼 건조하고 뜨겁고
- 어떤 지역은 습한 삼림·늪지대였고
- 어떤 곳은 계절마다 건기·우기가 번갈아 오는 아열대 기후에 가까웠을 수 있다.
공룡이 워낙 다양한 종류가 있고, 비슷한 시대에 전혀 다른 환경에서 적응한 종들이 동시에 존재했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공룡 시대 지구 기후 = 단일 이미지”로 묶기는 어렵다. 지금도 같은 시기에 사막·열대우림·온대림·툰드라가 공존하듯이, 당시에도 “지구는 넓고 기후는 다양했다”는 식으로 보는 게 자연스럽다.
이산화탄소와 기온: 지금보다 높았다는 점에서의 공통점과 차이
과학자들은 퇴적암, 화석 식물, 미세 화석 등을 이용해 당시의 대기 조성을 역산하려고 노력한다. 완벽한 수치는 아니지만, 중생대에는 평균적으로 이산화탄소 농도가 지금보다 몇 배 이상 높았을 시기가 많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만큼 온실 효과로 인한 기온 상승이 있었다는 이야기다.
재미있는 건, 이 지점에서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온난화”와 자주 비교가 된다는 점이다. 물론 중생대는 인류 활동이 아니라 자연적인 과정으로 높은 이산화탄소와 기온을 유지했던 시기고, 지금은 짧은 시간에 인위적으로 농도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큰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이산화탄소↑ → 기온↑ → 해수면·생태계 변화”라는 큰 틀 자체는 어느 정도 묶어서 생각해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공룡 시대 지구 기후를 공부하다 보면 “지구는 다양한 기후 상태를 겪을 수 있는 행성”이라는 점과 동시에, “지금 우리가 만드는 변화 속도가 비정상적으로 빠르다는 점” 두 가지를 동시에 떠올리게 된다.
공룡이 거대해질 수 있었던 배경으로서의 기후
공룡의 몸집 이야기를 할 때도 기후가 자주 언급된다.
따뜻한 기후, 풍부한 식생, 넓은 서식지, 비교적 온화한 극지방 등 여러 요소가 합쳐져, 대형 초식·육식 공룡이 버틸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대형 초식 공룡에게 중요한 건 “연중 충분한 먹이”다. 추운 겨울이 길면 큰 몸을 유지하기가 훨씬 힘들어진다. 공룡 시대 지구 기후가 전반적으로 온화하고, 계절 변동은 있어도 극단적인 한랭기보다는 온난한 시기가 길었다면, 거대한 용각류가 계속 먹고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이 됐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이게 “기후 때문에 공룡이 커졌다”라는 단순 공식은 아니지만, 배경 조건 중 하나였다는 정도로 보는 건 꽤 설득력 있다.
지금과의 차이: 기온·극지 빙하·바다 수준
정리 차원에서, 공룡이 살던 때와 지금을 몇 가지 키워드로 비교해 보면 대략 이런 느낌이다.
- 평균 기온: 당시가 전반적으로 더 따뜻했을 가능성이 크다.
- 극지 빙하: 지금처럼 거대한 대륙 빙하가 발달한 시기는 아니었다고 본다.
- 이산화탄소: 지금보다 높은 농도였던 시기가 많았던 것으로 추정.
- 해수면: 상대적으로 높은 상태인 시기가 많았고, 얕은 바다(대륙붕)가 넓게 퍼져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우리가 사는 시대는, 지질학적으로 보면 “빙하기와 온난기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던 최근 몇 백만년”의 한 장면일 뿐이다. 그보다 훨씬 긴 시간 동안 지구는 여러 가지 기후 모드를 오가며 공룡, 거대 파충류, 거대 포유류 등을 차례로 무대에 올려 왔다.
결국 질문은 ‘당시 지구’가 아니라 ‘지금의 우리’로 돌아온다
결국 공룡 시대 지구 기후를 공부하는 이유는 단순히 “옛날 이야기”를 알고 싶어서만은 아닐 것이다.
지구가 한때 지금보다 훨씬 따뜻했고, 그 속에서도 다양한 생태계가 존재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두 가지를 동시에 알려준다.
하나는, “지구는 생각보다 튼튼한 행성”이라는 점이다. 기후가 크게 변해도, 완전히 생명이 사라지기보다는 새로운 조합이 등장하며 생태계가 다시 짜인다.
다른 하나는, “그 변화 과정에서 기존 종들은 대규모 멸종을 겪는다”는 점이다. 공룡 역시 그런 전환기의 희생자였고, 그 빈자리를 포유류와 새가 채웠다.
